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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12.23 엔지니어로서의 면접
괜찮다 싶은 펌글2006. 12. 23. 00:46

한국에서 벤처기업 4년쯤 다니다가, 외국에서 박사 하고, 현재 미국에서 일하는 사람입니다. 미국에서도 좋은 자리로 옮겨볼려고 여기저기 면접 많이 보고 탈락도 여러번, 합격도 여러번 해 보니 면접 요령같은 게 생기더군요.

현재는 제가 진행중인 프로젝트에 신규 엔지니어 채용 하려고 여러명 면접을 해 보며 드는 생각이 있어서 몇가지 적어 봅니다. 그냥 제 개인적인 생각이므로 잘못된 점이 있더라도 그냥 넘어가 주시기 바랍니다.

[1] 면접까지 가는 경우는 확실히 뽑을 생각이 있는 경우입니다.

뽑을 생각이 전혀 없으면서 시간 들여서 전화면접 하고, 돈 들여가면서 비행기표 사줘가며 불러오지 않습니다. 즉, 면접까지 갔다는 건, 면접에서 좋은 인상만 주면 채용 된다는 것 입니다. 간혹, 너무 자신없어 하는 지원자들이 있는데, 좀 자신감을 가졌으면 합니다.

[2] 면접에서 중요한 건 본인의 실력만이 아닙니다.

면접에서 실력, 자신감... 이런걸 보여주는 건 당연한 것이고, 거기에 추가로 두가지 중요한 요소가 더 있습니다. 첫째로, 내가 이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 둘째로, 내가 같이 일하기에 인간성이 괜찮은 인간이라는 암시.. 이 두가지를 보여주는 데 실패하면 채용되기 힘든 것 같습니다.

내가 이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면접 보러 가는 복장에도 신경을 좀 쓰시기 바랍니다. 대충 아무렇게나 입고 가는 건, 내가 이 회사를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는 것 처럼 보일 수도 있고요.. 깔끔하게 이발 하고 말쑥하게 양복 차려 입고 가는 건, 내가 이 회사 면접을 보기 위해 신경 좀 썼다는 걸 보여주는 좋은 방법입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뽑아놓으면 확실히 올 사람, 와서도 충실하게 오래 일할 사람을 선호합니다 (미국에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지원자가 이 회사에서 꼭 일하고 싶어하는 것 처럼 보이면 점수를 많이 따게 됩니다.

그리고, 면접 하면서 중간중간에 잡담 같은 거 할때, 너무 거만한 인상 또는 너무 유별나보이는 인상을 주면 별로 안좋습니다. 미국 회사의 경우, 하루종일 면접 하는 도중에 면접관이랑 같이 점심식사 하러 가는 경우가 있는데, 나 채식주의자다, 나 이슬람이라 뭐 안먹는다, 나 유태인이라 뭐 못먹는다... 이런 지원자들 별로 좋은 인상 받지 못합니다. 면접보는 날은, 본인이 유태인이라 돼지고기 못먹는다고 해도, 면접관이 돼지고기 요리 먹으러 가자고 하면 가서 먹어 줘야 합니다. 대다수 직원들과 같이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줘야 한다는 겁니다. 한국 회사의 경우, "술 좋아합니까" 하는 질문에, "저는 술 절대 안합니다" 라고 대답하면 곤란하겠죠 (물론 "저 술 좋아합니다" 도 정답은 아닙니다. 맨날 술에 쩔어서 자기관리 잘 못하는 직원 좋아하지 않습니다. "마시긴 하지만 많이 마시진 않습니다" 정도가 정답일 듯...).

[3] 쓸데없는 말은 하지 마세요.

미국인들은 평소에 말조심 하는 게 습관이 되어서 미국인 지원자들중엔 그런 경우를 본 적이 없습니다만, 간혹 한국인 지원자를 면접볼 때 보면, 무의식중에 황당한 말을 해서 좋았던 인상을 망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첫째로 기억나는 경우는, 엔트리 레벨 개발자를 뽑는데, 한국에서 어느 유명 SI 업체에서 수년간 경력을 쌓은 분이 지원했습니다. 우리는 "개발" 을 잘하는 사람을 뽑는데, 그분의 경우 경력은 길었지만 주로 "개발 관리" 를 했지 "개발" 을 잘하는 분인지에 대해서는 반신반의 하며, 그렇지만 너무 큰 기대는 안 하고 뽑을 생각도 하며 면접을 했습니다. 성실한 분이면 뭐든 배워가며 할 거라는 기대를 하며... 어차피 엔트리레벨 포지션이었고요.. 그런데 이분은 "내가 이 포지션에 비해 좀 오버 콸리파이 된 사람이다" 라는 언급을 하시더군요. 그런 생각이 들어도 혼자 생각만 하실 것이지 면접 자리에서 할만한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오버 콸리파이 된 분이 엔트리레벨 자리에 지원한 게 자랑도 아니고.... 본인 스스로 자기가 이 포지션에 비해 너무 잘난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일에 그다지 만족 못할 것은 뻔한 일이고, 열심히 하지 않을 것 같은 직원은 절대 안뽑습니다.

둘째로, 역시 한국분이었는데, 박사학위를 가진 분이었습니다. 전화로 면접을 보며 (한국어로) 기술적인 문제를 물어보았고, 썩 대답을 잘 하지는 못했습니다 (예상 못했던 건 아닙니다. 어차피 학교에 오래 계시던 분이 실무를 잘 모를테니까요). 기술적인 문제에 대한 질문에 모두 100% 만족스런 대답을 해야만 하는 건 아니므로,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분이 서너번에 걸쳐 강조하듯 말씀하신 게, "일단 뽑아주시면 무슨 일이든 시키는 대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하시더군요. 제 생각엔 요즘, 한국 대기업 면접에서도 이런식으로 말하는 사람 안 뽑을 거 같습니다. 무슨 머슴을 뽑는 것도 아니고, 기술자를 뽑는데 이렇게 프로페셔널 하지 않은 대답을 하는 사람에게 좋은 점수를 줄 수가 없지요... 면접 볼 때는 자기가 잘하는 게 뭐고, 이 회사에서 그걸로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가에 포인트를 맞춰야 합니다.

세째로, 역시 한국분... 우리가 하려고 하는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을 듣더니, 그에 대해 자기가 아는 걸 자신있게 설명하려는 태도까지는 좋았습니다만, 우리가 하는 방법이 틀렸다, 그렇게 나가면 반드시 실패한다, 이렇게 하는 게 아니다, 우리가 뭘 모른다, 주구장창 이런 식으로 나가시더군요. 그러면서 강조하는 게 반드시 자기를 뽑아야 성공 할 수 있을 거다 라는 거... 대화의 기술이 부족한 분을 뽑고 싶은 회사는 없겠지요. 면접 보러 오면 일단 회사에 잘 보여야 합니다. 자기 잘났다는 걸 보여주는 건 좋지만, 자기 보스가 될 면접관 자존심은 건드리지 마세요. 만약 내가 면접관이라면 면접볼때 나 무식하다고 개쪽 주는 지원자 절대 안뽑을 것 같습니다.

[4] 면접 성공 하는 방법

대화를 면접관이 이끌어나가게 하지 말고, 지원자가 이끌어나가는 경우 대부분 성공 합니다. 자기가 아는 이야기를 하고, 면접관이 잘 모르는 걸 질문하면 자기 경험을 이야기 하고 이런 식이어야 합니다. 본인이 아는 거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이 회사에 그게 왜 필요한지도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소프트웨어 개발자 채용의 예를 들어 설명 하자면, C++ 프로그래머를 뽑으려고 면접 할 경우, 프로그래밍 스킬에 대한 이런저런 질문이 오고 간 다음, 디자인 패턴, STL 등등 에 대한 이야기를 절대 면접관이 먼저 물어보게 하지 마세요. 본인이 먼저 이런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며, 나 이런거 잘하는데 너희도 이런거 많이 사용 하냐. 하는 식으로 나가야 합니다. 적어도 제 경험으로는, 지원자로서, 면접관으로서, 참여했던 모든 면접에서 예외 없이, 지원자가 먼저 이런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경우는 점수를 많이 얻었고, 그렇지 않은 경우 점수를 많이 잃었습니다.

[5] 본인의 경험을 이야기 할 때 자신감을 가지세요

어차피 100% 완벽한 시스템은 없습니다. 그리고 본인이 한 일은 본인 외에는 아무도 모릅니다. 자기가 한 일에 대해 자신있게 이야기 하며, 비슷한 성취를 이곳에서도 이룰 수 있을 거라는 암시를 주세요. 과거에 성공한 프로젝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점수를 많이 따지만, 과거에 뭐 이런저런 거 해봤다 하면서, 그저 그랬다 하는 식의 인상을 주면 안됩니다. 그리고 과거 개발한 것에서 특별히 기술적으로 어려운 걸 해결했거나 하는 게 있으면 꼭 언급하세요.

[6] 대세를 따르세요

객체지향 방법론, 프로그래밍 스타일 등등에 있어서 개발자들은 보통 자기 방식에 대해 일종의 "종교적인 신념" 을 갖고 있습니다. 이런 스타일이 옳고 저런 스타일은 틀리다 하는 걸 웬만하면 밝히지 않는 게 좋습니다. 일하는 도중에도 개발자들끼리 이런 "종교관" 이 달라서 마찰이 빚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면접관이 어떤 특정한 개발 방법론의 광신자일 수 있는데, 지원자가 그 방법론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이면 곤란하겠지요. 그리고 디자인패턴 같은 방법론에 대해서는 본인이 어찌 생각하든간에, 무조건 좋은 거라고 생각하는 척 하세요. 그게 안전합니다. 그리고 이런 문제에 디자인패턴을 이렇게 적용해서 이렇게 성공했다 하는 시나리오를 (없으면 지어내서라도) 준비해 가야 합니다. 저는 심지어 면접장에서 "저는 객체지향 방법론 자체에 회의적입니다. 꼭 객체지향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경우에 객체지향으로 모델링 해서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라고 말하는 "급진적인" 지원자도 본 적이 있습니다. 당연히 탈락시켰지요.

이상입니다. 그냥 개인적인 경험일 뿐이므로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마시고 참고만 하시기 바랍니다.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며...


Posted by heeszz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