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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5.24 KAIST 입학을 앞두고 망설이는 한 여학생에게 주는 조언
괜찮다 싶은 펌글2007. 5. 24. 01:28
비관론이 판치는 Scieng에서 오랜만에 본 진심어린 조언.
나름 이공계를 비관적으로 보고 있지만 좋은 글이라고 생각되어 LINK!



KAIST 학사, 석사, 박사 출신이며, 과학고 출신입니다. 글쓴분하고는 띠동갑 정도 될것 같습니다. 여러차례 말씀드렸지만 가장 인기있는 전공과 분야에서 학위를 받았고 회사에서도 잠시 일하고 있습니다. 곧 저희분야의 세계적인 석학과 같이 연구하기로 계약되어 있고, 제 나름대로는 비교적 학계에서 좋은 길을 걷는 편이라고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에게는 이 길이 아주 아주 어렵게 걸어온 길이지만, 제 자신은 이 길에 대해서 별로 후회는 없습니다만... 그 이유는 지금 당장이라도 의사/치과의사하라고 하면 저는 도저히 성격상 도저히 해낼 자신이 없습니다. 사실 약사도 별로 재미있는 직업일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공계야 어쨌든 저로써는 도저히 말씀많이 하시는 인기있는 고소득 전문직은 도저히 못하겠습니다.

글쓴분은 연구직/교수직 등에 종사하고 싶어서 이공계로 가고 싶어 하시는 것 같습니다만. 간단명료하게 딱 잘라 이야기하면, 노력한 것에 비해서 얻어지는 기회는 고등학생인 글쓴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매우매우 작을 수 있습니다. 대부분 KAIST/서울대/POSTECH 신입생들은 글쓴분처럼 거대한 꿈을 가지고 학교에 입학합니다. 그리고 한국의 학교뿐만 아니라 미국/유럽의 최고의 학교들도 사실 신입생을 속인다고 볼수도 있는 그런 과장광고를 다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학교는 과장의 정도가 너무 심합니다. 사실상 똑똑한 과학고 학생을 유치하기 위한 일종의 사기에 가깝다고 봐야합니다. (더군다나 과학고 학생 수준이 예전에 비해 많이 떨어진 것이 사실이지만 사회를 잘 모르는 이들이 아니면 정원을 우수한 학생으로 채울 방법이 없다고 봐야합니다.)

들어가시면 학과 선택부터 엄청난 경쟁에 시달리실 것이고, (대전과고도 매우 우수하지만, 다른 과고 출신 학생들도 절대 만만치 않습니다.) 먹고살기 힘든 자연과학을 해야하는지, 아니면 인기있는 공학계열로 가야하는지 고민해야 하며, 인기있는 전공에서 살아남으려면 엄청나게 공부해야하고 밤새도록 실험하기를 최소한 2년을 해야합니다. (저는 2년동안 매주 몇일씩 밤새워가며 실험했습니다.) 여기까지는 열심히만 하면 된다고 하지만, 대학원 들어가서 좋은 교수를 선택하는 것은 매우 힘들며 무엇보다 운도 좋아야 합니다. (즉, 대학원 신입생은 어떤 교수가 좋은지 모른다는 겁니다. 돈만 많이 주면 좋은 교수인줄 알지요. 그리고 가정형편이 안 좋다면 안 좋은 교수라는 것을 뻔히 알고도 돈을 많이 준다는 이유만으로 연구실을 선택하는 경우가 거의 대다수입니다.) 특히 KAIST/서울대/POSTECH 모두 교수진의 수준이 몇몇 교수님을 제외하고 그다지 뛰어나지 않습니다. SCI 논문 (뭔지도 모르시겠지만) 이 많은게 중요한게 아니라 세계 최고의 저널 두세개에 게재를 하느냐 여부만이 중요한데, 한국에서는 그런 논문을 쓰기가 정말 힘듭니다. 본인이 아무리 열심히 한다고 해도 정말 가능성이 희박합니다. 과학고에서 KAIST에 입학하는 학생들부터, 박사학위를 받고 세계 최고의 저널에 게재를 하는 사람의 비율은 대략 1~2% 쯤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어디까지나 추정치입니다.) 이 비율에 들어가실 자신이 있으신지 되묻고 싶습니다. 이러한 비율에 들어가실려면, 최소한 다른 길은 전혀 바라보지 않고 살벌한 경쟁에서 연속적으로 살아남아야 합니다. 그 이외의 경우에는 의사, 치과의사, 약사하는 것이 당연히 낫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그 어떤 기업이라 하더라도 회사에 가게 되면 석박사 과정 동안 연구한 것은 거의 쓸모없습니다. 아래 어떤 분이 이야기 하셨듯이 KAIST/서울대/POSTECH 학생들이 성격이 문제가 있어서 회사에 적응못하는 측면도 없지는 않겠지만, 회사일 자체가 온통 학위 과정에서 배워진 것들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잡일이라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것도 우리나라가 유난히 더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 심합니다. 우리나라는 연구를 할 여력을 가진 잘사는 나라가 아닙니다. 고급인재가 사회의 필요 이상으로 넘쳐나고 있으며, 사실 그다지 고급 인재도 아닙니다.) 그리고 인사팀에서는 연구원들을 불쌍한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너희들은 회사가 어려워지면 가장먼저 언제든지 짤릴 놈들이다"라는 식으로 바라봅니다, 절대로 명시적으로 대놓고 이야기하지는 않지만요. 그것은 KAIST/서울대/POSTECH 박사라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뿐만 아니라 몇년 안에 승진하지 못하면 회사를 나가야 한다고 사실상 암묵적으로 합의되어 있으며, 실제로 사칙에 명시되어 있는 회사도 있습니다.

수준을 단적으로 비교하기 위해 예를 들자면 김재호님이 곧 가신다는 Princeton 대학의 "단 한명"의 EECS/ECE 분야의 교수 (누군지 밝히지는 않겠습니다) 가 쓰는 논문 몇편들이 한국의 모든 대학의 관련 전공에서 쓰는 수백명의 교수가 쓰는 수천편의 논문보다 훨씬 더 학계의 파장이 큽니다. 그 정도로 수준의 차이가 있다는 뜻입니다.

이런 "좁은 길"에 들어서서 성공하실만한 의지와 인내심이 있으신지, 자신이 정말로 수학, 과학을 좋아하는지 스스로에게 되물어보세요. 정말 자신이 좋아서 하는 일이 아니면 이 길은 정말 가기 힘든 길입니다. 사회적인 만족도 (돈, 명예) 가 대체로 낮은 편이며, 글쓴분이 세계적인 업적에 해당하는 논문을 쓰셨다고 해도 그 분야에 관련된 석학 몇명만이 인정해 줄 뿐, 그 누구도 인정해 주지 않습니다. 사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그것을 인정해 준다면 그 자체가 더 우스운 일이 되겟죠. 하여간, 어떻게 들리실지 모르겠지만, 그 소수의 석학이 인정해주는 연구를 하기위한 정말 고독한 싸움입니다. 이런 고독함에 미학 따위는 없습니다, 정말 살아남기 위한 경쟁이기 때문에 애초에 흥미가 확실하지 않은 사람은 자연적으로 낙오될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글쓴분의 과학에 대한 흥미, 그것을 너무 순수하게만 보시는 것도 곤란합니다. 그것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욕구 중 하나입니다. 또한, 인간은 누구나 직업의 선택에 있어서, 돈, 명예, 적성, 지적만족을 동시에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공계에 오려는 사람 대부분은 지적만족에 편향되어 있는 것 뿐입니다. 그것은 글쓴분 뿐만이 아니라 전세계에서 똑똑하다 하는 사람들 중 매우 많은 비율이, 특히나 경쟁률과 관계없이 무조건 살아남을 만한 엄청나게 똑똑한 사람들이 이공계에 존재합니다. 선진국의 경우, 오히려 남들의 이목에 신경 안 쓰므로 명예는 중요하지 않고, 누구나 평균 월급만 받으면 인간답게 살수 있으니 돈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사람들 중 많은 수가 지적만족이 인생의 최우선 목표입니다. 이런 사람들 정말 많습니다. 그에 비해 한국 사람들의 지적만족에 대한 욕구는 많은 경우 TV나 과학동아 같은 경제개발을 위한 정부의 조직적인 이공계 허위 광고에 의해 과장되거나 세뇌되었고, 또한 돈을 벌기 위한 생존의 필요와 섞여 있기 때문에 일시적이고 그다지 강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말할 필요도 없는 것이지만, 만약 글쓴분의 가치가 지적흥미 뿐만 아니라 명예나 돈 또한 상당히 추구하는 편이라면, 당연히 KAIST는 적합한 곳이 아닙니다. 그에 적합한 곳으로 진학하세요. 그리고 분야에 따라서 최소한의 생계 자체를 이어가기 힘들정도로, 오로지 지적흥미만을 만족시키면서 정말 힘들게 살아야 하는 이공계 분야도 있습니다.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겠지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여자들의 경우에 주위의 시선에 남자들보다 훨씬 더 신경쓰는 경향이 강하고 돈이나 명예에, 특히 돈에 더 집착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래서 이공계는 잘 맞지 않습니다. 그리고, 제가 KAIST 들어갈 때에도 여자의 비율이 10% 는 넘었던 거 같은데, 제 바로 아래 학년은 25%라는 이야기도 들은 것 같기도 합니다만, 어쨌든 여학생들의 경우 더더욱 박사까지 진학하는 비율 자체도 매우매우 낮은데, 이 중에서 학계로 갈수 있을 정도의 실적을 만드는 비율이야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그만큼 이 분야에서의 경쟁이 여자들이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에 비해 의사, 약사, 치과의사는 여자가 왜 그리 많은지 모르겠습니다. 또한,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 먼 일이지만, 여자의 경우 30세가 가까이 되면 결혼을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학업 중, 특히 박사과정 (박사과정에 들어오는 여자 자체가 매우 적습니다만) 중에 결혼을 하게 되어 연구에 집중하기 매우 힘듭니다. 그리고 여자에게는 남자와는 다르게, 출산 및 육아라는 기본적인 짐이 주어지는데, 이것을 학업과 병행하기가 정말 힘듭니다. 참고로 저도 대학원 진학하기 바로 직전까지만 해도 급진적인 페미니스트였습니다. 기분 나쁘더라도 한가지만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여자들의 경우에 거의 대부분이 남자보다 의지가 약해서 학위과정을 견디지 못합니다.

이 모든 것을 고려해서 잘 선택하시길 바랍니다. 1년 더 빨리 고등학교를 탈출하고 싶은 욕망은 제발 덮어주세요. 아래에 누군가 이야기하셨던 것처럼, KAIST -> 의학전문대학원도 많이 가는 길 중에 하나로 여자의 경우 군대를 안 가도 되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한 길인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리고 집안이 다른 사람들에 매우 상당히 유복해 보입니다만, 미국 랭킹 상위 10위 이내의 대학에 유학을 간다면 일단 국내박사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집안에 정말 몇천만원 정도의 해외 유학시 처음 두학기 정도 버텨줄 돈이 없어서 능력이 충분히 됨에도 불구하고 유학을 포기하는 사람이 정말 많기 때문입니다. 집안에서 받쳐 주는 것도 정말 대단한 행운이라는 거 아셔야 합니다.



출처 : Scieng.net
http://www.scieng.net/zero/view.php?id=now&page=1&category=&sn=off&ss=on&sc=on&keyword=&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12889
Posted by heeszzang